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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지푸라기잡기 실패

[Photo : AFP연합]

존 볼튼이 처음 美UN대사가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 내가 이 블로그에서 글을 썼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인들과 존 볼튼의 당시 인사와 관련해서 부시의 대외정책 노선이 본격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며 존 볼튼은 美UN대사로 '좌천'된 것임을 강조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순혈 신보수주의(Neo-Consavertism, '순혈'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네오콘'이라 부르는 자들은 사실 이미 네오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네오콘의 핵심 의제들은 美정계 전체에서 보편적인 성향이 되었다.)의 핵심 이론 중 하나가 바로 '국제법과 국제기구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다. UN은 바로 미국이 그들의 의지에 의해서 만든 국제기구의 총본산인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의해 미국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그런 UN에 존 볼튼을 美UN대사로 임명한 것은 당시 볼튼의 언사와 자주 마찰을 일으키던 부시에게 좌천의 의미가 짙게 깔린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존 볼튼은 UN대사로 있으면서도 그 호전적 성향을 버리지 못했지만, 실제로 UN에서 볼튼의 의견이 수용된 사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 실험 강행 이전까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北의 멍청함으로 인해, 신보수주의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조차도 궤변론자로 여기던 볼튼의 엉터리 주장들이 옳은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런 존 볼튼의 UN대사 재임명에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의 첨예한 대립마저 불사하는 나름의 강수를 두었다. 사고뭉치라고 폄하하며 미국이 가장 무기력한 존재가 된 UN총회장에 싸움닭을 처박아서 분기(憤氣)를 삭히라고 고행의 길을 보냈던 그가, 도널드 럼즈펠드를 쳐낸 상황에서 구석의 한직에 처박아 두었던 볼튼마저 쳐낼 수는 없다는 일종의 위기의식 혹은 기존의 노선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승부욕이 발동된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한 승부를 시도한 까닭은 '21C의 미국'에게 가장 의미없는 직책 중 하나인 'UN대사'라고 하는 특수성에 기대어 의회에게 일종의 양보 혹은 무관심을 유도하여 볼튼을 재임명함으로서 기존의 대외정책노선 수호의 상징적 이정표를 찍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나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결과론적으로 실패했다. 존 볼튼과 함께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조지 W. 부시는 볼튼이 재임명될 자격을 갖추었음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그의 사퇴를 수용하는 패장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 문제로 악화될대로 악화되어 버리고 안보적 안건에 대한 공화당의 절대우위마저 민주당과 나눠가져버린 상황에서 일어난 중간선거의 참패는 2년도 넘게 임기가 남은 부시가 허수아비가 되었음을 전 세계에 자폭하게끔 만들었다. '신보수주의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을지 몰라도, 부시의 시대는 명백히 서산에 저물어가는 태양임을 쓰디쓰게 인정하는 인터뷰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존 볼튼의 '두번째 좌천'은 매파 성향의 네오콘들의 재기가 쉽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심지어 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前대표이자 前美국가안보자문위원이기도 했던 누구보다도 냉철하고 강력한 네오콘이었던  Richard Perle(악의 종식, An End to Evil: How to Win the War on Terror의 공동저자)마저 부시 행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부시 행정부 내부의 '매파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즈음까지 이르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있다. "네오콘과 신보수주의 이론은 실패한 사상과 이념인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가 정답에 가깝다.

美정계와 미국민들의 의식체계는 원래 보수적 성향이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의 미국은 과거 그들의 근현대사 어느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색되고 격화된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그리고 이와 같은 보수적 경향의 보편화는 서방선진국 지역의 보편적 추세로서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미국을 요새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국토안보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소모하는 부서이자 상위 랭킹의 부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고,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침해할 수 있는 애국법(Patriot Act)은 계속 법의 시효가 연장/개정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가장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국민들을 옥죄는데 망설임이 없다. 더욱이 여전히 많은 미국민들은 비이성적인 극단 무슬림 조직의 테러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들의 권리와 프라이버시를 일부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다. 입법부에서도 공화당과 차별화된 노선을 걸어왔던 민주당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네오뎀(Neo-Dem)'이라는 신조어로 분류되면서 이념적으로 정책적으로 거의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노선과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즉, 간판은 바뀌었는데 내용물이 바뀐 것은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때문에 일련의 부시 행정부의 좌초가 전향적인 미국의 대외정책 노선의 변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지극히 단순하고 편향적인 사고에서 바탕된 견해라고 본다. 지금의 미국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적 예외주의'라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가지는 특수한 정치사회환경적 요인을 지지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의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온 나라가 보수꼴통(?)이 되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3년쯤 전에 FPIP(Forein Policy in Focus)의 선임연구원 존 페퍼가 한국언론과 했던 인터뷰에서 예견했던 적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네오콘이 사라질지 몰라도, 사상적으로 네오콘의 사상과 이념은 그 파괴적 호소력으로 인해 미국 정계와 사회에 강하게 뿌리 박혔고, 그 촉매 역할을 한 것은 본의 아니게 그들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였던 셈이다.

이미 물리적으로 네오콘은 거세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시 1기 시절 순혈 네오콘에 가까웠던 행정부의 요직에 앉았던 자들은 이미 해임되거나 은퇴, 좌천되었고(대표적으로 북한을 공습하여 김정일을 제거하고 핵시설을 제거해야 한다고 공식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었고, 이라크를 아랍 최초의 민주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던 순혈 네오콘 폴 울포비츠 前美국방부 부장관은 현재 그의 커리어와 전혀 무관한 세계은행 총재로 취임해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네오콘의 수장(?)이라 불리는 딕 체니는 원래 신보수주의 사상과 전혀 거리가 먼 기업가(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헬리버튼社의 前CEO이며 헬리버튼社의 대주주 중 한 명이다. 동시에 美국방부의 LOGCAP프로젝트의 독점사업자인 KBR-헬리버튼의 자회사-의 계약에도 깊숙이 개입하였다.) 출신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크리스토퍼 힐(前駐韓美대사) 같은 사람은 애초에 네오콘과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은 부시 행정부의 노선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대체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까닭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부시는 지푸라기를 잡는데 실패했다. 부시의 몰락은 모두의 예상을 넘어 기정사실화되었다. 부시의 레임덕은 노무현의 5.7% 지지율만큼이나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1기 부시행정부가 천명했던 이념과 사상들은 그 강력한 호소력과 파괴적 테러행위를 통해서 그들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견해처럼 21C의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신보수주의적 사상이 '정답'이 아닐지는 몰라도(애초에 사회과학에서 정답을 찾는 행위 자체가 넌센스다.) '최선'임을 미국인들은 공감하고 있다. 우리의 대외정책은 이것에 초점을 맞추어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는 변화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몸이 달아 올라 판을 벌리는 것은 '약소국 외교'의 기본조차 거스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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