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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 영양가 없는 홈런 논쟁

[Photo : 닛칸스포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초중딩도 韓美FTA를 어디선가 주워듣는지 신문 덧글 게시판에 끄적여 놓은 이야기를 볼 수 있고 유머 코너에는 심심찮게 성인들도 어려워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초딩을 희화화한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은 사회에 중요한 장단점을 시사한다.

장점은 물론 대중들의 중요 정보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다. 과거처럼 TV나 신문에 의존적이던 시대와는 달리,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서도 정보가 창출되고 또 손쉽게 공유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이 존재한다. 완전한 빛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한 정보의 홍수가 만드는 단점은 바로 어설픈 지식이 만드는 어설픈 논리와 어설픈 아집이다. 이승엽에 대한 영양가 없는 홈런 논란이 바로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먼저 '영양가 없는 홈런'이라는 것의 개념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무엇을 영양가 없는 홈런이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척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야구를 10년 이상 관전해온 나이지만 나도 내가 가진 견해가 정확한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영양가 없는 홈런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굳이 정의를 내리라면 팀이 4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고 있을 때 터지는 홈런(도루/번트 등도 마찬가지다.)이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즉 홈런이 주는 효과를 최소화시키는 상황에서 터지는 홈런은 팀의 승리와 연관되기보다 개인 기록과 연관되는 이벤트성 화력시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 '영양가 있는 홈런'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면 나는 조금 여러 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다.

1. 팀이 '동점' 내지는 '1~2점차의 적은 리드를 유지'하고 있거나 '지고' 있는 상황
2.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누상 : 1루/2루/3루 베이스)
3. 타선이 투수의 호투에 전반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상황
4. 상대팀 하위 선발 투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초반 다득점에 활용되는 홈런


1번의 이유는 승부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며 2번의 이유는 당연히 다득점에 유용하기 때문이며 3번의 이유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투수의 자신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4번의 이유를 선정한 까닭은 하위 선발 투수들은 구위가 그리 좋지 못하고 효과적인 결정구를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감독과 투수 코치의 신뢰도가 낮으며 (극)초반에 실점을 시작하면 벤치의 인내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때문에 초반 하위 선발 투수를 홈런으로 흔들면 중간계투진이 조기에 투입되고 3연전 레이스에서 팀에 중장기적인 우위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이승엽의 홈런이 영양가가 없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이승엽의 홈런은 대부분 솔로홈런이기 때문에 홈런 갯수에 비해서 타점이 낮고 이승엽의 홈런이 팀의 승리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까지 24개 홈런 중에서 14개가 솔로홈런으로 솔로홈런 비율이 무려 60%에 육박한다. 단순한 솔로홈런과 타점과의 관계, 이승엽의 홈런과 팀의 승패의 관계를 연계시켜 보면 이승엽의 홈런은 다소 영양가가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내리는 그들 대부분은 야구가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와 같은 '오판'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인터넷이 전하는 짧은 야구지식(소위 '지식인' 같은 것들)이 매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야구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모두는 재팬리그에 진출해 있는 '이승엽이라는 개인'만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승엽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이런 온화한 표현보다 더 구역질나는 표현으로 그들의 아둔함을 비하하고 싶다. '그냥 한국와서 돈성 탁구장이나 지켜라'라던 놈의 면상을 보고 싶군.]

야구는 최소 9명 최대 10명(DH-지명타자-가 뛸 경우)이 하는 경기다. 그런 경기에서 타점이라는 것은 본인이 홈런을 쳐서 루상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누상에 주자가 있어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승엽의 24개의 홈런 중에서 14개는 누상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승엽이 특별히 누상에 주자가 없어야 마음이 편안해서 홈런을 더 잘치는 걸까? 이승엽의 피 속의 기질은 혼자 돋보여야(?) 더 잘할 수 있는 걸까?

스포츠심리학 측면에서 볼 때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와 타자는 평소보다 더 긴장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점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투수는 타점이라는 '기회'를 잡은 타자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일본인 투수들이 특별한 혈통이어서 누상에 주자가 있어야 이제 좀 어깨가 풀려서 공을 더 잘던지는 反지구인적인 별종들은 아닐터이니 '이승엽이 누상에 주자가 없어야 더 잘치는 영양가 없는 타자다'라는 가설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승엽의 최근 홈런 페이스는 거의 매경기 펼쳐지고 있고 이승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타선에서 4번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 말은 이승엽 앞에 속칭 '테이블세터(Table-Setter, 이것이 MLB에서 쓰는 정식 야구명칭인지, 일본식 표기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름 그대로 3,4,5번 중심타자 앞에서 그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 놓는 '반찬'인 선수들이다.)'이라고 하는 팀에서 제일 발이 빠르고 재간이 좋은 리드오프(1번 타자), 감독의 작전수행능력이 탁월한 2번 타자, 팀내에서 가장 컨택트가 좋고 장타력도 지닌 3번 타자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이승엽에게 타점이 적다는 것은 테이블 세터진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거나 3번 타자가 다 받아 먹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매번 3번 타자가 다 받어 먹을 수는 없는 현실에서 이승엽 이외에 40타점을 올리고 있는 고쿠보 히로키를 제외하면 뚜렷한 타점원도 득점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니오카가 40득점으로 분전하고 있고 개막전 리드오프였던 시미즈는 23득점(타율 0.242)에 불과한데 팀내 득점 4위(3위에 24득점이 2명)다. 기본적으로 중심타선 앞에서 테이블세터들이 테이블을 세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기록상으로도 증명된다.

실제로 나는 일본야구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주전타자들의 기록만 보아도 이렇게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승엽이 솔로홈런이 많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승엽 개인에게만 집중해서 야구를 보고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야구에 대해서 매우 얕은 지식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홈런들은 거의 대부분 내가 개인적으로 영양가 있는 홈런이라고 평가하는 4가지 중에서 1, 3번에 해당되는 상황에서 터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2, 4번은 수퍼스타 한 명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리 번즈(Barry Bonds))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매년 물방망이로 고생하며 고의사구 때문에 배리 번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팀의 구조적인 문제이지 배리 번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승엽이 이처럼 리드오프와 팀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 속에서 지금과 같은 타격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이와 같은 이승엽의 선전이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심한 투수들의 견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그가 일본야구의 '용병'으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아예 MLB처럼 이방인들이 절반 가까이 뒤섞인 리그라면 모를까, 순수 일본혈통이 지배하는 재팬리그에서 한국인으로서 그와 같은 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그가 코리안리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실력적으로/정신적으로 성장해 있음이다.


마운드와 타석에서는 투수와 타자 간의 승부 뿐이다. 하지만 공이 배트에 맞고 난 이후에는 10~13명(타자+투수+외야수 3명+내야수4명+포수+주자 최대 3명까지)+주루코치가 모두 함께 움직이는 엄청난 군무(群舞)가 되는 것이 야구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타점은 혼자만 잘하면 아무리 잘해봐야 1타점이다. 솔로 홈런도 어떤 상황에 터지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고영양가의 홈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솔로홈런을 많이 치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다는 단순공식은 야구를 쉽게 보는 사람들의 단견이라고 단언한다. [모 기자처럼..]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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