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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자신에게 속았다.

[Photo : EPA]


후세인이 부하들에게 속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가 부하들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속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후세인의 30년 독재 치하와 족벌통치에서 제대로된 부하들이 남아날 리 만무하거니와 시대감각에 뒤떨어진 그의 오판과 정보왜곡이 그 자신과 (어리석은) 이라크 국민, 부시와 미군 전사자들을 패키지로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많은 언론들은 부시에게 전쟁책임을 전가하지만, 진정한 전쟁책임은 사담 후세인에게 있다. 국제정세와 세계질서에 대한 치명적 오판과 미국에 대한 과소평가, 능력 없는 우방에 대한 그릇된 맹신 등이 축적되어 남긴 결과는 오늘날의 이라크와 3천명에 육박하는 미군 전사자 뿐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를 이야기하기 전에 '누가 일으킨 전쟁이었나'에 대해 먼저 생각할 수 있길 희망한다.


◆ "미국 잘 안다"며 공격 가능성 과소평가
후세인의 '초딩적 사고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미국과 대등한 외교력과 정보수집력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 미국조차도 수많은 오판을 한다. [1차 북핵 위기가 대표적이다. 온건한 해결을 보았지만, 결과는 북한의 2차 도발과 핵무기 개발완료 뿐이다.]

후세인이 미국의 공격을 프랑스와 러시아가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부분에서 그가 (독재적) 국가통수권자로서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생존권/재산권의 수호자를 자처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다. 국가 간의 외교는 1%의 안보적 위기도 감수되어서는 안된다. 안보적 문제는 가장 원초적이며 타협 불가능한 결정적 요인이며 오직 수퍼파워(패권국)만이 그것을 제3국에 보장해줄 수 있다. 유럽에서도 지역적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프랑스와 자기 앞기림도 버거워 하는 러시아를 낡은 냉전적 사고의 틀 속에서 미-러 대립이 자국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국가는 물론 자신이 독재하는 정권의 안녕까지 맡겼다니 정말 실소할 뿐이다.

그리고 이라크 침공이 개시되기 몇 달 전부터 미국은 꾸준히 UN의 동의없이도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재고할 수 있음을 수 차례 경고하였다. 리비아의 사례 속에서 미국은 이라크가 '교훈'을 얻고 스스로 굴복할 것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민주적 정권도 대외적 군사행위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국가는 없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미국민의 거국적 분노 속에서 치뤄진 전쟁이지만 지지율이 80%를 상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80%를 상회하면 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10% 이상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단계별로 후세인 정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며 전쟁이 임박했음을 경고했으나, 후세인은 자신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맹신하며 자국의 정보망을 신뢰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국제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라크 침공 직전에 가서야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으나 이미 발동 걸린 미국의 군사적 행위에 제동을 걸진 못했다.

결론적으로 후세인이 어리석었고 그의 어리석음은 30년 '그의 왕국'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것은 그의 '무능' 이외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다.

◆ 거짓 보고받고 군사력 과대평가
할 말이 없다. 30년에 걸친 후세인의 철권통치가 빚어낸 참극일 뿐이다.


◆ 대량살상무기
군사안보적 정보는 모든 국가가 1급 기밀로서 보호되고 있다. 그 국가에 핵무기가 몇 개가 있으며 어떤 군사력이 어떤 지역에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식의 정보는 엄연히 군사기밀이며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정보와 실제 사실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것은 잠재적 적성국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책의 하나로서 활용될 수 있으며 자국민의 안보적 불신을 해소하거나 대외적으로 자국의 군사적 역량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후세인은 바로 이와 같은 기만술책을 이용했던 것 같다. 후세인이 정말 자국에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고, 미국의 침략 가능성이 점차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도 WMD 미보유 사실을 '이스라엘이 침공해 올 것이다'라는 안보적 불안감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못했다면 이 또한 후세인과 그의 참모진들의 오판이 될 것이다. 화학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화학무기가 있는 듯 행동하기 위해 허위작전을 하달하고 그것을 미국이 도청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후세인 진영의 중대한 전략적 실책이 될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침공해 올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인해서 WMD미보유를 공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후세인의 국제정세 파악능력이 사실상 2차 대전 이전 수준의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폭로하는 꼴이다. 1945년 이후에 영토적 야욕을 가지고서 지구촌 유력국들끼리 전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과 그러한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주요 강대국들과 무력하지만 발언권은 가진 국제기구들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 왔는가에 대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이스라엘이 정말 이라크를 공격했다면, 과연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금처럼 비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라크 선제공격을 21C의 이 시점에서도 과거 중동전쟁처럼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21C의 유일패권국인 미국조차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가지고서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아니다. 체첸문제는 충분히 러시아 측 주장처럼 국내문제로 치부될 요인들이 존재한다.]


결국 후세인은 냉전기에 등장한 군인정치가다. 그는 제대로된 정치적/외교적 소양을 갖춘 인물이 아닌 군인으로서 등장한 세력이다. 그의 사고는 자신이 등장하던 '냉전적 국제정세'와 영토 획득을 목적으로 한 전쟁이 가능했던 '2차 대전 이전의 어느 시기' 사이의 어느 시점에서 멈춰진 국제정세 인식수준을 가진 구시대 인물인 것이었다. 후세인의 몰락과 이라크의 오늘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늙은 사냥개가 자신을 키워준 주인(이라크전쟁을 주도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폴 울포비츠 등은 과거 후세인이 등장했을 때 그와 혈맹에 가까운 동지애를 과시했던 사이였다. 이라크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이 사냥개가 늙었다고 버리려 하자 대들었다가 도살 당한 꼴과 진배없다.

어리석은 지도자는 그 자신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또는 민족)을 역사의 물결에서 후퇴시킨다. 그리고 그들이 퇴보시킨 역사의 흐름을 따라 잡는데는 몇 배의 시간과 고통을 필요로 한다. 대중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Hedge™, Against All Od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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